# 패러다임 전환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레벨1 때는 너무 힘들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다. 포비가 얘기했던 '초반에는 적응을 잘 못하다가 좋아지는 크루를 보면 가장 뿌듯하죠'의 그 크루가 되길 바라면서, 송재하 CTO님이 말씀하신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과 하중을 견뎌야한다'의 그 다이아몬드가 되길 바라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간절하고 노력하면 뭐든 될줄 알았다. 군대를 제외한 8년 동안 친구 한 명 없이 지내다가, 80명의 크루와 부대끼며 지내야하니 매순간이 고통스러웠다. 내가 힘든건 괜찮지만, 주변 크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었고, 차라리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있는데 실현하지 못해서 스스로 실망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측하고, 결국은 그 집단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걸 선택했다. 죽고 못 살았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도, 항상 주기만 했던 사촌 형 누나들도, 미래를 기약했던 군대 선후임들도, 누가 눈치준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웠다.
이번에는 그러기 싫었다. 인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도망치기 싫었다. 말 한마디 못했지만 회식에도 참여해보고, 코치와의 면담 그리고 유강스 시간에서 솔직한 내 상황 그대로 모든걸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보아도 금방 한계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 속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데 나만 밖에서 못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매번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이질감이 느껴졌다.
남들에게는 쉬워보이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나에게는 어려웠다. 안부 인사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질문 하는 것도, 특히 남들 앞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두려움 수준을 넘어 불능에 가까웠다. 항상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니까. 그게 내 생존 방식이었다. 혼자만의 힘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힘들어 보여서 병원에 찾아갔다. 첫 날 병원 앞에서 한 시간정도를 서성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전화를 걸고 즉시 진료 받았다. 40여분간의 상담 끝에 나올 땐 손에 약봉투가 들려 있었다.
빨간약을 먹으면 이런 기분일까?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까지는 내가 우울,불안하다는 사실을 못받아들였는데 약을 먹으니 확 체감이 되었다. 모든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벤치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가 레벨1 막바지였고, 약 부작용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레벨1 마지막 데일리 미팅의 주제는 "레벨1을 마치며 내가 바뀐 점"을 얘기해보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생뚱맞게 정신과를 갔다는 얘기를 했다. 마음 속에 꽉꽉 눌러 담아도 흘러넘치는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2주 전에 온 미션 피드백을 아직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레벨2에 들어서면서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빨간약을 먹고 정신차려보니 나는 이리 저리 고장나있었다. 아니, 고장난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제야 알아차렸다. 아무렴 어때, 취직 좀 늦으면 어때, 인생이 더 중요하잖아? 내 진짜 문제를 알았으니 천천히 고치면 되잖아. 병은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어쩔 수 없는게 병이잖아? 나도 내가 이렇게 심각한줄 몰랐어. 나도 잘하고 싶었다고. 아무렴 어때. 내가 나를 안믿으면 누가 나를 믿을까? 삐뚤빼뚤 모난 나지만 그래도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지.
정체불명의 화살을 맞은 사람이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이를 본 행인이 화살을 뽑아주려 했지만 그는 "화살을 뽑지 마라. 누가 쏜 것인지 먼저 알아야겠다."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레벨1을 돌이켜보면 너무 힘들었다. 캡틴 포비가 얘기한 '초반에는 적응을 잘 못하다가 좋아지는 크루를 보면 가장 뿌듯하죠'의 그 크루가 되길 바라면서, 송재하 CTO가이 얘기한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과 하중을 견뎌야한다'의 그 다이아몬드가 되길 바라면서 버텼다. 군대를 제외한 8년 동안 혼자 방 안에서 지내다가, 인생의 '정지 관성'을 이겨내고 잠실캠퍼스에서 80명의 크루와 부대끼며 지내야하니 매순간이 고통스러웠다. 내가 힘든건 괜찮지만, 내 상태로 인해 주변 크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떠한 활동을 해도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있는데 능력 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해 결국은 그 집단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걸 선택했다. 죽고 못 살았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도, 항상 주기만 했던 배려심 깊은 사촌 형 누나들도, 미래를 같이 기약했던 군대 동기와 선후임들도, 누가 눈치준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웠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이번에는 그러기 싫었다. 인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도망치기 싫었다. 말 한마디 못했지만 회식에도 참여해보고, 코치와의 면담도 해봤다. 소프트 스킬 수업과 글쓰기 미션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보아도 금방 한계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 속에서 빠져 들어 헤엄치고 있는데 나만 밖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매번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이질감이 느껴졌다. - 난 뭐가 문젤까?
우아한테크코스에 감사한 것 중 하나는 소프트 스킬 교육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지낼 땐 필요가 없어서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레벨2의 유연성 강화 목표는 자존감 높이기다. 레벨1보다 약간 구체화된 목표안데,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행복한 상태로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다. 우선,
정체불명의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이를 본 행인이 화살을 뽑아주려 했지만 그는 "화살을 뽑지 마라. 누가 쏜 것인지 먼저 알아야겠다."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또, 어떤 독이고, 화살의 재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느 방향에서 날라온 것인지 먼저 알아야겠다."라며 당장 답할 수 없는 질문만 되네이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독화살의 비유를 보고 순간 머리가 벙 쪘다. 나는 본질을 중요시한다. 나는 흥미가 느껴진다면 굉장히 집요해진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몇 살이었을까? 예닐곱 살쯤이었다고 여겨진다.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 아래 가만히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 속으로 송두리째 삼켜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무無의 인상이었다.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했고, 삶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타인에 관심
마음에 병이 있어서 확실한 치료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병으로 치부하고 노력을 멈출까봐 걱정된다.
지금, 여기 - 니체
인간적인 성장을 꿈꿔왔다. 우아한테크코스라는 인생학교에서
자신을 대단치 않은 인간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옭아매려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맨 먼저 자신을 존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 존경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를 존경하라.
레벨1을 돌이켜보면 굉장히 힘들었다. 캡틴 포비가 얘기한 '초반에는 적응을 잘 못하다가 좋아지는 크루를 보면 가장 뿌듯하죠'의 그 크루가 되길 바라면서, 송재하 CTO가 얘기한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과 하중을 견뎌야한다'의 그 다이아몬드가 되길 바랐다. 군대를 제외한 8년 동안 혼자 방 안에서 지내다가, '정지 관성'을 이겨내고 잠실캠퍼스에서 80명의 크루와 부대끼며 지내야하니 매순간이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내가 힘든건 괜찮지만, 나로 인해 주변 크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었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해도, 데일리 미팅을 해도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실현하지 못해 실망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착각하며 결국은 그 집단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걸 선택했다. 죽고 못 살았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도, 항상 주기만 했던 배려심 깊은 사촌 형 누나들도, 미래를 같이 기약했던 군대 동기와 선후임들도, 누가 눈치준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리고 가시를 세웠다. 나는 겁쟁이어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글쓰기 미션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싶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지고 싶었다. 인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까지 도망치기 싫었다. 말 한마디 못했지만 회식에도 참여해보고, 용기 내어 코치와의 면담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사가 헛도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데 나만 밖에서 관망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같은 공간 속에서 다른 크루들과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왜 즐기지 못하고 겉돌고 있을까? 난 뭐가 문제였을까?
정체불명의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이를 본 행인이 화살을 뽑아주려 했지만 그는 "화살을 뽑지 마라. 누가 쏜 것인지 먼저 알아야겠다."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또, "어떤 독이고, 화살의 재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느 방향에서 날라온 것인지 먼저 알아야겠다."라며 당장 답할 수 없는 질문만 되풀이하고 치료를 거부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나는 이미 태어났는데 태어남의 이유를 오랫동안 갈구하고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독화살에 맞아 죽어가고 있는데 치료는 하지 않고 화살에 맞은 이유를 찾고 있었다. 질문 자체는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겠지만, 그 것에 매몰된다면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삶을 단축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입과하기전에 독화살을 뽑아 냈지만, 오랜 무기력한 생활에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게 교육 중에 여실히 드러났다.
항상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니까. 그게 내 생존 방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면 안됐다. 의견을 내야할 상황이 자주 생겼다. 마음에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약의 효과는 굉장했다. 인지 능력이 개선됐고 모든 감각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병원을 찾기 전까진 내가 우울하고 불안하며 예민한 성격인지 몰랐다. 남들보다 느린 이유도, 집중이 안되고 멍할 때가 잦은 이유도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인지도 몰랐다. 정신차려보니 이리 저리 고장나있었다.
이젠 고민의 방향을 내부로 쏟아야함을 깨달았다. 그 동안 무시해왔던 내 감정의 변화에 귀기울이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면서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삐뚤빼뚤 모난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기로 했다. 이제 크루들한테 조금씩 장난도 칠 수 있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가장 얻어가고 싶은 것이 인간적인 성장이었는데, 얽히고 얽혔던 문제의 실타래가 풀린거 같아 기쁘다.
주변에 성장통을 겪고 있는 크루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매일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고개를 떨구면 지나온 길이 짧아 보여 한 숨만 나오고, 고개를 들면 갈 길이 아득히 멀어보인다. 그러나 고개를 들 필요도 내릴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해야할 것에 집중하자.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지 않아도 좋다. 잠시 멈춰서서 산수유의 은은한 향 맡아봐도 되고, 햇빛을 피해 나무밑에 앉아서 산골바람의 시원함을 느껴봐도 좋다. 지금 이순간을 정말로 즐길 수 있다면 말이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카르페디엠(Carpe Diem). 삶의 유한함을 가슴 속에 새기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어두운 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말고, 저물어가는� 햇빛에 분노하며 온 힘을 다해 맞서자. 세상의 부조리함을 수용하고 철부지 아이처럼 명랑하게 살자. 현실이라는 벽이 우리의 몸을 짓눌러도, 보란듯이 일어서서 승리의 춤을 추자. 우리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고, 어린 아이처럼 끊임 없는 놀이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 창조하고, 긍정하며,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자.
나, 너, 우리.
지금, 이 곳.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